민이 생후 1490일, 예니 생후 250일.
오늘은 민이 유치원에서 체육대회를 하는 날이다.
아이들도 신나지만 부모들도 경쟁심이 불타오르는 하루이다.
이른 아침 눈을 뜬 민이는 침대에서 뒹굴거리는 것도 이제는 잘 한다.
8시에 맞춰서 아침을 준비해서 밥을 먹이고 예니도 어제는 비교적 잘 자서 아침 먹을 시간에 같이 이유식을 먹었다.
체육대회하는 곳은 실내체육관이지만 아직 신생아티를 다 벗지 못한 예니를 데리고 가기는 그래서 부모님께 예니를 맡겨두고 나왔다.
젖병 2개와 기저귀를 가져다드리고 이렇게 보시면 된다고 메모까지 남겨두고 체육대회 장소로 향했다.
날이 눈부시게 좋은 날이었다.
비교적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 요기거리를 사려고 이동했으나 살게 없었다.
다시 체육관으로 돌아오는 길에 세 식구가 사진을 찍어본다.
날이 좋으니 어떻게 찍어도 작품 사진처럼 잘 나온다.
체육관에 들어가서 이름표를 붙이고 시작 시간을 기다린다.
여름에 주차장 수영장에 왔던 아이들은 얼굴도 제법 알겠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즐겁고 엄마 아빠는 벌써 힘들다.
우리 민이는 아빠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아이였다.
질서도 잘 지키고 다른 아이들은 한번씩은 엄마 아빠한테 와서 울고 안겨있고 했지만 우리 민이는 의젓하게 친구들과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체육대회에 참가하는 자세도 진지하고 즐길 줄 아는 아이였다.
무서워하거나 소심해할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은 완전히 틀린 것이었다.
천 위로 달리기는 어떤 아이들은 무서워서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고 우는 아이들도 많았다.
속으로 우리 민이도 저러면 어쩌나 싶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너무나도 즐거운 표정으로 달려오는 민이를 보면서 그렇게 이쁠 수가 없었다.
중간 쉬는 시간에는 뻥튀기로 요기도 하고 친구들과 과자를 나눠먹으면 허기를 달랬다.
아이들은 정말 별거 아닌 것에도 즐거워하고 의젓하게 잘 앉아서 서로 나눠먹을 줄 알았다.
욕심도 안 부리고 하는 모습에 정말 보기 좋았다.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이제는 조금씩 내 이름으로 살아가는 것보다 아이들의 이름을 살아가게 된다.
누가의 아빠라는 호칭에 익숙해져가면서 그렇게 또 부모가 되어가는 것 같다.
김성진이 아닌 민이 아빠로 체육대회에 참석해서 아이의 이름이 적힌 이름표를 달고 있어야 하고 친구들에게 누구 아빠야 이렇게 소개한다.
이게 또 신기하고 이상하다.
어쨌든 모든 게임에 최선을 다해서 참석하고자 노력했다.
아이에게 자랑스럽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직까지는 몸 쓰는 것에는 자신이 있기 때문에 우리 민이에게 아빠가 이렇게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비록 줄다리기를 하다가 왼팔을 살짝 다친거 같기는 하지만 이것 또한 추억이 되리라.
즐겁게 체육대회를 마치고 부지런히 집으로 복귀한다.
예니가 아니였으면 외식까지 하고 들어왔을텐데 우리에게 딸린 또 다른 식구가 있으니 얼른 집으로 돌아왔다.
민이는 집에 와서 언니랑 놀다가 저녁먹고 씻고 기절했다.
예니는 할머니랑 비교적 잘 있었던 모양이다.
체육대회를 이래저래 걱정을 많이 했는데 비교적 무난하게 잘 마무리되어 지나간 것 같다.
이제 다시 일상이 시작되니 또 부지런히 역할에 충실하여야겠다.
'My Story > 육아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육아휴직 D+86 - 밤 (0) | 2017.10.17 |
---|---|
육아휴직 D+85 - 먹이기전쟁 (0) | 2017.10.16 |
육아휴직 D+83 - 하얗게 지새운 밤&우쿨렐레 (0) | 2017.10.14 |
육아휴직 D+82 - 집단 체력 저하 (0) | 2017.10.13 |
육아휴직 D+81 - 밤에 자고 싶다. (0) | 2017.1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