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tory/육아일기

육아휴직 D+44 - 집안일

minarae7 2017. 9. 5.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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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이 생후 1450일, 예니 생후 210일.

얼마전에 육아 관련 글을 보다가보니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남편이 집안일을 많이 도와주어야 한다고 되어있었다.

남편이 집안일을 많이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은 집안일은 이미 남편의 몫이 아니라는 정의에서 츨발한다.

내 일인데 내가 도와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부라면 집안일은 도와주는 것이 아니고 같이 하는 것이다.

같이 일하고 들어오는데 집안일은 온전히 아내의 것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

결혼이라는 굴레 안에서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서로의 역할을 정의하고 주어진 역할에 충실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부부는 꼭 이렇게 하자고 역할을 나누지는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역할을 공유한다.

민이가 태어나고 애보느라 아무것도 못하는 아내를 위해서 밥을 챙기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대체로 음식 담당은 내가 하고 있다.

대신 아내는 민이와 예니를 돌보는 역할을 한다.

기계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잘 할 자신이 있지만 아이들과 공감하고 놀아주는 일은 아무래도 나보다 아내가 낫다.

이렇게 하다가보니 아빠는 대체로 집안일을 하는 사람이 되었고 엄마는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이 되었다.

저녁시간이 되면 아빠는 주방에서 저녁을 준비하고 엄마는 민이와 얘기해주고 예니 분유를 먹이고 하는 일을 한다.

휴직전에도 민이는 주말아침이면 배고프다고 아빠를 깨웠다.

아빠는 비몽사몽 일어나서 아침을 차려주곤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이렇게 성평등에 대한 인식을 갖게 된 것은 아버지 영향이 크다.

우리 아버지는 못 배우신 분이고 앞뒤 꽉막혀있는 분이지만 어려서 보았을 때는 나름 개혁적인 분처럼 보였다.

유교적 전통으로 배운대로 차례를 지내고 제사를 지내고 했었지만 아버지는 그런 부분부터 조금씩 양보하기 시작하셨다.

제사때 잔을 올릴 때도 첫잔은 본인이 올리시지만 나머지 잔은 동생분이나 나에게 차례가 오곤 했다.

지금 세대만큼은 아니시겠지만 그래도 나름 여성과의 성평등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어려서 보았을 때 그 세대분들과 참 많이 달라보였다.

지금이야 앞뒤 꽉 막힌 구세대인 것처럼 보이지만 어려서 보았을 때는 나름 개혁적으로 보였고 좀 더 많이 교육을 받으셨다면 더 다른 모습을 보여주셨을거 같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는 은연 중에서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거 같다.


아침 운동을 다녀와보니 민이는 그 때 막 일어났다.

어제 7시도 안되어서 잠이 들었는데 중간중간 깨기는 했지만 어쨌든 12시간 이상 잠을 잔 셈이다.

주말에서 쉬지 않고 강행군을 하더니 월요일에는 완전 녹초가 된 모양이다.

아침을 다같이 대충 해결하고 민이는 병원 들렸다가 유치원 등원을 시킨다.

예니는 독감 예방접종 하는 날.

엄마는 출근 준비를 일단 대충하고 예방접종을 하러 다녀왔다.

오전에 몹시 피곤해하는 예니는 엄마 출근할 때 깨서 울기 시작해서 거진 한시간을 울다가 놀다가를 반복했다.

아빠는 진이 다 빠지는 기분이다.

겨우 잠이 든 예니를 내려두고 빨래를 정리하고 간단한 집안일을 한다.

점심 먹은 설거지를 하고 젖병을 닦아두고 민이가 좋아하는 콩나물을 무치고.

저녁 시간 민이가 엄마랑 장을 봐왔다.

아빠는 오늘 마카로니 샐로드를 해줬는데 민이는 잘 안먹는다.

이것도 또 아빠 반찬이 될듯.

내일은 민이가 좋아하는 짜장밥을 해줘야겠다.

할아버지 택배가 와서 온 식구가 다 같이 오층에 올라갔다가 온다.

오층에 올라가니 할머니 할아버지만 계신다.

민이는 할아버지랑 슈퍼에 다녀와서 집으로 내려온다.

샤워를 마친 민이는 머리를 말리고 자려고 누워서 금세 잠이 든다.

아직은 유치원 생활이 고단한거 같다.


내일은 엄마가 늦게 들어오는 날이다.

어제는 그나마 애들이 일찍 잠들어서 쉽게 저녁을 보냈는데 내일을 어느 정도 걱정이 된다.

힘들겠지만 그래도 잘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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