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tory/육아일기

육아휴직 D+45 - 나이다움

minarae7 2017. 9. 6.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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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이 생후 1451일, 예니 생후 211일.

나는 어려서 어른스럽다는 말을 참 많이 들으면서 자랐다.

어떤 사람들은 애늙이같다고 하기도 하고 어른스럽다고 하기도 했다.

어렸을 때는 이 말이 참 듣기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던 거 같다.

일단 내 또래보다 앞서있다면 무조건 좋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근데 다 커서 어린 시절을 뒤돌아보니 참 후회스러운 점들이 많다.

그냥 자기 나이에 맞게 생각하고 자라면 되는 것인데 나는 그러지 못한 거 같다.

그 나이에만 해도 용납되는 것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모르고 컸던거 같다.

무조건 앞서간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생각이 많다고 좋은 것도 아니라는 것을 다 크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어릴 적에는 어리광도 부리고 떼도 쓰고 그래야 하는데 그런걸 모르고 컸던 것이다.

물론 집안 분위기나 형편에 많은 영향을 받았겠지만 그래도 누릴 수 있는 것을 누리지 못하고 자란 것은 안타깝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갖은 생각 중에 하나가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나처럼 키우지말아야지 였다.

어릴 때는 어리광도 부리고 떼를 쓸 때는 떼도 쓰고 그렇게 키워야한다고 생각했다.

그 나이에만 용납되는 행동들은 적당히 받아주고 아이가 아이답게 성장하기를 바랬다.

그런데 요즘 느끼는 것이 내가 어느새 민이에게 어른스러움을 강요하는게 아닌가싶다.

아이는 울며 떼쓰기도 하고 어리광도 부리고 하는 것인데 내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인지 어떤 행동들을 강요하게 되는게 아닌가 싶다.

마음에 우러나와서 행동하여야 하는데 눈치보게 하고 행동을 강요하는게 아닌가 싶다.


많은 시간을 엄마와 함께 하지 못해서인지 엄마 껌딱지인 우리 민이는 늘 엄마가 고픈 아이다.

학기가 시작되고 엄마가 늦게 들어오는 날들이 시작되면서 엄마바라기 민이의 투정도 늘어갈 것이다.

그래도 컸다가 그렇게 갈구하지는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엄마가 그리운 아이이다.

잠들기 위해서 자리에 누웠지만 엄마도 없고 예니는 울고 있고 하니 얼른 자라고 하는 말에 민이는 서러웠는지 울고말았다.

왜 우는지 훈육을 하는데 어느새 내가 민이에게 어른스러울 것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른스러운 것에 대한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가끔 헷갈리게 된다.

동생이 울고 있으니 니가 이렇게 울고 투정부리면 안되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혹여 아직 부모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아이에게 성숙함을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럽다.

매 순간 '이렇게 하면 엄마 아빠가 힘든거다.' 이렇게 훈육을 하는게 맞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아이는 그냥 아이다워야 하는데 그 경계가 어디인지 늘 헷갈리는 것 같다.

오늘 민이에게 한 훈육은 마음이 쓰인다.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민이는 일찍 깨서 유치원에 갈 준비를 이미 다 했다.

평소에는 깨워도 잘 못 일어나는데 오늘은 발레시간에 뭔가를 한다고 설레여서 잠이 안온다고 한다.

그렇게 일찍 시작한 아침은 민이 유치원에 등원을 시키고 우리 부부는 예니와 함께 쓰러져 쪽잠을 청한다.

지난 밤 예방접종 때문인지 예니는 잠도 잘 못자고 계속 울기만 해서 잠을 설쳤다.

쪽잠을 자고 나서 아내는 출근 준비를 하고 아빠는 예니 분유를 먹인다.

아내가 출근할 때 예니는 잠이 들었다.

예니도 같이 잠을 못 잤으니 엄청 피곤한 모양이다.

예니가 깰 때까지 집안일 올 스톱~!!!

거진 2시가 다 될 때까지 3시간 가까이 잔 예니는 일어나서 분유를 폭풍 흡입하신다.

처음으로 170을 찍었다.

너무 많이 먹어서 누워있으면 안될거 같아서 범보의자에 앉혀두었다.

그 사이 아빠는 설거지를 하고 젖병을 삶아두고 집안일을 빨리 해치운다.

민이가 분명 매우 피곤해할 것이기 때문에 저녁 반찬으로 짜장을 미리 해둔다.

예니는 비교적 잘 자고 잘 먹고 오후 시간을 보낸다.

민이 하원.

비가 오락가락해서 예니는 누나네 맡겨두고 픽업을 갔다.

유치원 가방을 매고 들어오는 민이는 제법 큰 아이같다.

자기 가방 앞으로도 맬 줄 안다며 가방을 앞으로 매보이는 민이.

민이를 데리고 와서 예니까지 다시 데리고 집으로 왔다.

일찌감치 저녁밥상.

주로 아빠가 좋아하는 반찬이지만 어찌 되었건 민이도 밥을 잘 먹었다.

민이가 밥을 먹는 동안 예니는 어느새 잠이 들었다.

밥상을 다 치우고 청소하고 설거지까지 다 하고 나서 예니는 이유식을 먹었는데 오늘은 엄청 안 먹는다.

반은 강제로 먹인듯하다.

보충 분유는 할머니한테 가서 드셨는데 그것도 거의 안 먹었다.

집으로 내려온 아이들은 예니, 민이 순서로 씻겼다.

예니는 씻고나서 개운했는지 언니가 씻는 동안 잠이 드셨다.

민이는 씻고 나와서 아빠가 화장실 정리하는 동안 블록놀이를 하고 아빠랑 머리 말리고 잠이 들었다.

칭찬스티커 완성해서 기분좋은 민이~!!

이렇게 씩씩하게 자라다오 우리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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