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이 생후 1465일, 예니 생후 225일.
요즘 내 일상은 이러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피트니스로 향한다.
한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가끔 돌아오는 길에 빵집에 들려 빵을 사온다.
집에 돌아오면 샤워를 하고 민이 아침을 간단하게 준비한다.
대체로 과일을 준비해주면 잘 먹는다.
민이를 깨워서 옷을 갈아입히고 아내에게 토스하면 아내는 머리를 만져주고 난 가방을 싼다.
민이가 등원을 하고 나면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아내와 함께 밍기적거린다.
아내가 출근하고 나면 정신을 차리고 집안일을 한다.
보통은 예니를 돌보면서 빨래를 돌려놓고 동영상을 보거나 반찬이나 찌개를 끓여둔다.
이러다보면 오후 시간이 후다닥 지나가버린다.
민이가 집에 오기 전에 저녁을 준비해두고 예니 분유까지 먹여둔다.
예니 이유식 먹을거까지 준비해두면 민이가 집에 온다.
민이 저녁을 먹이고 아내가 있으면 아내가 예니 이유식을 먹이고 없으면 내가 예니 이유식까지 먹인다.
그리고 설거지를 해두면 예니 보충 이유식까지 먹이면 일단 먹이는건 끝.
8시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예니 먼저 씻기고 민이를 씻긴다.
이렇게 애들까지 다 씻기고 나면 하루가 마무리.
잠자는건 재워주기도 하고 그냥 쓰러져 잠들기도 한다.
아이들이 잠들고 나면 그 이후에 아내와 대화를 하다가 씻고 잘 준비를 한다.
오늘 운동을 하고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문득 그 풍경이 낯설게 느껴졌다.
사람들은 출근하기 위해서 전철역으로 급하게 향하는데 난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사람들과 반대로 향한다.
저 사람들 속에 나도 있었는데 이제는 당분간 그러지 못한다.
회사에 출근해서 커피를 마시고 일을 처리하고 회의를 하던 일상은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집안일을 하며 보낸다.
집에 있으면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그렇지만도 않다.
시도때도 없이 울어대는 예니와 요구사항이 많은 민이를 커버하려면 분주하게 움직여야한다.
한편으로는 지금의 내 생활도 크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휴직 전에는 아이들은 물론 아내도 잠에서 깨기도 전에 출근해서 칼퇴근하고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으면 아이들을 재울 시간이었다.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은 물론 아내와도 대화를 제대로 나눌 시간도 없었다.
지금은 그 만큼의 여유는 생겼으니 우리 가족들이 좀 더 오붓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무엇을 위해서 직장생활을 하는지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자아실현을 위해서, 혹은 생계를 위해서 직장생활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까지 줄여가면서 해야하는지는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인거 같다.
무엇보다 우선은 가족이고 나의 아이들이다.
이것들보다 소중한 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무엇을 위해서 그토록 치열하게 사는가 하는 것이다.
구지 그렇게 치열하게 살 필요가 있을까.
다 같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좀 더 나은 위치에 가기 위해서, 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좀 더 유명해지기 위해서.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하고 희생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된다.
삶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좀 더 넓은 세상을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한치 앞만 바라보면 아둥바둥 사는 것보다 여유롭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좀 더 가치있는 삶이 아닐까 한다.
그러기 위해서 좀 더 마음의 수련이 필요하지 않을까.
내 소중한 가치를 위해서 어느 정도는 포기하면서 살아가는 연습도 필요할 것이다.
하나씩 내려놓는 연습을 하고 좀 더 나은 삶을 위해서 노력하며 살아가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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